민간 수소충전소 요금 자율화 움직임 – 득일까 실일까?
서론: 수소사회로의 전환, 충전요금 자율화가 변수입니다
지속가능한 미래 에너지원으로서 수소가 주목받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수소자동차는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힘입어 빠르게 보급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수소충전 인프라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이제는 정부 중심의 정책 운영에서 벗어나, 민간 시장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수소산업 구조가 재편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수소충전소 요금 자율화입니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일정 부분 수소 가격을 통제하거나 충전소 운영에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충전요금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민간 충전소에게 요금 책정 권한을 부여하는 자율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에너지 시장 자유화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소비자와 산업계에 여러 가지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수소충전소 요금 자율화가 왜 추진되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어떤 정책적·경제적 맥락이 존재하는지를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아울러, 자율화가 실제로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인지, 아니면 오히려 수소차의 운영비 부담을 높이는 역효과로 작용할 가능성은 없는지도 다각도로 분석해보겠습니다.
민간 충전소 요금 자율화 추진의 배경
정부가 민간 수소충전소의 요금 자율화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지속 가능한 충전소 운영에 대한 고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수소충전소는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하고, 운영비 또한 상당히 높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충전소 1기를 설치하는 데에는 평균 25억 원에서 4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되며, 이후 운영 과정에서도 고압 압축 설비, 냉각 장치, 안전관리 시스템 등 다양한 유지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합니다.
하지만 현재 수소 1kg당 7,000원~8,000원으로 고정된 판매가격은 실제 원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소를 트레일러로 운송하거나, 고압 저장설비에 압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비와 전력비만 해도 상당하며, 특히 그린 수소 또는 수입 수소를 사용하는 경우 단가는 더 올라갑니다. 민간 운영자 입장에서는 이 가격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고, 지속적인 운영조차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소충전소 확대를 위해 민간 자본 유입을 유도하려면, 충전요금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민간 충전소에게 시장 논리에 따라 가격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게 되면, 수익 모델이 확보되어 신규 충전소 설치가 활발해지고, 결과적으로 수소 인프라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부터 몇몇 민간 시범 충전소에서 자율 요금제가 도입되어, kg당 8,500원~9,000원의 가격이 형성된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요금 자율화의 긍정적 측면 – 인프라 확대의 기회
민간 수소충전소에 요금 자율권을 부여하는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충전요금 상승 우려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인프라 확산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가 큽니다. 지금까지 공공부문 주도로 운영되어 온 수소충전소는 개수 자체가 충분하지 않고, 지역 편중 현상이 심했습니다. 수도권이나 주요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충전소가 몰려 있었으며,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수소차를 구매하더라도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실질적인 운행이 어려운 문제가 반복되었습니다.
자율화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민간 기업들은 수익성이 보장되는 지역이나 노선 중심으로 충전소 설치를 계획할 수 있고, 물류 거점, 고속도로 IC 주변, 수소버스 정류소 인근 등에 자발적으로 투자를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 그 결과, 수소 인프라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확장될 수 있으며, 사용자 입장에서도 충전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장 자율성에 따라 경쟁 요인이 작용하게 되면, 충전소 간 가격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획일화된 가격이 아니라, 공급원가, 수소 생산 방식, 입지 여건 등에 따라 유연한 가격 조정이 가능해지면서, 오히려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민간 충전소 간 서비스 품질 경쟁도 강화되어, 고객 응대, 충전속도 개선, 정비 지원 등 사용자 경험이 향상되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요금 자율화의 부작용 – 소비자 부담 증가와 지역 불균형
그러나 수소충전소 요금 자율화가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소비자 부담 증가는 현실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민간 충전소가 수익 확보를 위해 가격을 지나치게 인상할 경우, 수소차를 이용하는 일반 운전자나 법인 차량 사업자는 운영비 상승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현재 넥쏘 기준으로 1회 충전(약 6.33kg)에 5만 원이 소요되는데, 만약 충전단가가 1kg당 9,500원 수준으로 인상된다면 동일한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데 6만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또한 자율화는 지역 간 가격 격차 심화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수도권이나 대도시 중심지는 경쟁이 활발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수요가 적은 지역은 민간 사업자의 입장에서 ‘투자 대비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충전소 설치를 기피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도심과 농어촌, 수도권과 지방 간의 충전 인프라 격차가 더 벌어지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요금 자율화가 충전소 간 담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아직 수소충전소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는 특정 지역 내 몇몇 사업자가 유사한 가격대를 유지하며 실질적인 독과점 구조를 형성할 수 있고, 이는 소비자에게 불리한 요금 체계를 고착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율화 이후에도 일정 수준의 공공 감시 체계와 투명한 가격 공개 시스템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자율화의 방향은 맞지만, 제도적 보완이 중요합니다
수소충전소 요금 자율화는 궁극적으로 민간 자본의 참여를 유도하고, 수소 인프라 확대를 가속화하기 위한 시장 개방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공공 중심 충전소 모델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민간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인프라의 확장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율화는 분명히 의미 있는 정책 변화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진정한 ‘득’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첫째, 요금 자율화는 인프라 확장과 함께 균형 있게 추진되어야 합니다. 충전소 설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지역에 대해서는 여전히 일정 부분 공공 책임이 필요하며, 충전소 간 지역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둘째, 요금 자율화가 소비자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일정한 상·하한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거나, 취약지역 및 특정 차량군에 대한 충전요금 보조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자율화 이후에도 가격 투명성 확보와 경쟁 감시 체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소비자가 충전요금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앱 기반 정보공개 시스템이나, 정기적인 시장 조사와 공개 보고서를 통해 정상적인 경쟁 구조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수소충전소 요금 자율화는 양날의 검입니다. 자율화를 통해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되,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정책적으로 보완해야만 진정한 ‘득’이 될 수 있는 제도적 전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