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혼소 발전이 국내 전력 시장에 미칠 영향은?

서론: 수소혼소 발전, 에너지 전환의 중간 해법으로 떠오르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국가 전략 속에서, 전력 산업은 가장 먼저 그리고 빠르게 변화가 요구되는 분야입니다. 전력 생산 부문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6%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비율은 산업 부문 다음으로 높은 수치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석탄화력의 퇴출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지만, 간헐성 문제와 공급 안정성 한계로 인해 완전한 재생에너지 중심 구조로의 전환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가운데 수소혼소 발전이 에너지 전환의 '중간 단계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수소혼소 발전은 기존의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에 수소를 일정 비율로 혼합하여 연료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기존 발전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수소 공급 인프라 확대 및 수소경제 이행 계획과 연계하여, 수소혼소 실증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 중이며, 발전 공기업과 민간 기업들이 협력하여 2030년까지 수소 50% 혼소 상용화를 목표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전력 시장의 구조와 운영 방식, 공급 안정성, 요금 체계에까지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전력 공급 구조에 미치는 영향: 탈석탄·친환경 발전의 가교 역할

현재 한국의 전력 공급 구조는 여전히 석탄과 LNG에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6년까지 석탄 발전 완전 퇴출, 2040년대 수소·재생에너지 중심 체계 전환이 필수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수소혼소 발전은 석탄을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실현 가능한 중간 대안으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기존 LNG 발전소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수소 혼합 연료를 사용하는 방식은 새로운 발전소 건설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전력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는 유연한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2024년 기준 국내에서 운영 중인 LNG 복합화력발전소에 30% 비율로 수소를 혼합할 경우, 전체 발전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15~20%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습니다. 또한 발전용 수소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수소 공급 인프라, 저장 기술, 배관망 구축 등 전력산업과 수소산업 간의 융합 효과도 커지게 됩니다. 이처럼 수소혼소 발전은 재생에너지 확대 이전 단계에서 공급 유연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전환기의 중심축’으로 기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력 시장 운영과 요금 체계에 미치는 변화

수소혼소 발전이 상용화되면, 전력 시장의 운영 방식과 요금 체계에도 변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발전단가의 상승입니다. 현재 수소 가격은 천연가스보다 2~3배 이상 높기 때문에, 수소 비율이 증가할수록 발전 단가도 상승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소혼소 발전에 대해 ‘환경가치 보상’ 또는 ‘저탄소 전력 프리미엄’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며, 향후에는 수소혼소 발전 전력을 별도 시장에서 거래하거나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또한 혼소 비율이 높아질수록 설비 운영 조건도 달라집니다. 수소는 LNG보다 연소속도가 빠르고 열량이 높기 때문에, 가스터빈 제어 시스템의 정밀화, 연소 안전성 확보, 부품 내구성 개선 등의 기술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이로 인해 발전소 운영 유지비용이 증가하게 되며, 이는 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수소 가격 하락 시나리오’, ‘탄소세 도입 효과’, ‘에너지 안보 강화 요소’와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요금 정책을 조정할 계획입니다.

수소혼소 발전의 확대는 장기적으로는 수소 생산 단가를 낮추는 규모의 경제를 촉진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전력요금의 안정성 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정책적 보조와 민간 투자 유도로 부담을 분산하되, 중장기적으로는 수소 발전의 경제성을 확보해 나가는 구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큽니다.

 

결론: 수소혼소 발전이 만들어낼 새로운 전력 생태계

수소혼소 발전은 단순히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술에 그치지 않고, 국내 전력 산업의 구조를 재편하는 핵심 전략 기술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석탄을 단계적으로 퇴출시키며, 수소경제와 전력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수소혼소 발전은 전력시장의 공급 다변화, 가격 구조 변화, 설비 기술 고도화, 환경 가치 평가 등 다층적 변화를 유도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수소 로드맵 2.0을 통해 2036년까지 수소 발전 비중을 전체 발전량의 7%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가 혼소 발전 기술을 기반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이는 향후 수소 100% 발전으로 가는 전 단계이자, 현실적인 전력 안정화 전략으로 기능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흐름은 수소 공급, 저장, 터빈 제작, 안전 인증 등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새로운 일자리와 투자 기회를 창출하게 되어, 한국 전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결국 수소혼소 발전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기술 실증뿐 아니라, 정책적 유연성, 산업계의 투자, 소비자의 인식 변화까지 종합적으로 따라와야 합니다. 미래 전력 시장은 단순한 전기 공급 중심에서 벗어나, 환경성과 지속 가능성,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고려하는 고도화된 생태계로 진화하게 될 것이며, 그 중심에는 수소혼소 발전이라는 실용적 전환 기술이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