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헬륨 수출입 정책 분석 및 시장 전망 (2025년 기준)
헬륨 수급 위기는 왜 국가적인 이슈가 되었을까요?
헬륨은 단순한 가스가 아닌, 반도체·의료·항공우주·레이저·핵융합 등 첨단 산업 전반에서 반드시 필요한 전략 자원입니다. 특히 반응성이 낮고 극저온에서도 안정적인 성질 때문에, 초전도 장비 냉각, 플라즈마 공정, 고속 건조, MRI 자석 냉각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됩니다. 하지만 헬륨은 지구 대기에서 매우 적은 양만 존재하며, 지하 천연가스 매장층에서 극소량이 함께 발생하는 방식으로만 채굴됩니다. 즉, 독립적인 광산처럼 헬륨만 따로 생산하는 것이 아닌,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국가만이 동시에 헬륨도 생산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2020년대 들어 전 세계 헬륨 공급망은 극심한 불안정성을 겪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략 비축 헬륨(HNAS) 매각 종료, 카타르 및 알제리 정제 시설의 일시적 중단, 러시아의 헬륨 수출 제한 등 주요 생산국들의 정책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헬륨은 단기간 내 공급을 늘릴 수 없고,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은 헬륨을 단순한 산업 원재료가 아닌 ‘전략 자원’으로 분류하여 수출입 정책에 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헬륨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수출입 규제가 심화되면서 공급망 안정성을 위협하는 대표적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주요 헬륨 생산국의 정책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요?
2025년 현재 기준으로, 헬륨 주요 생산국은 미국, 카타르, 러시아, 알제리입니다. 이들 국가는 전체 헬륨 공급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각국의 수출입 정책은 글로벌 시장 가격과 공급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먼저 미국은 과거 최대 헬륨 생산국이자 전략 비축 자원의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부터 연방 정부가 관리해오던 Helium Reserve(연방 헬륨 저장소) 매각을 시작하면서 공급 안정성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로 인해 민간 헬륨 시장의 가격은 급등했고, 미국은 헬륨을 자유시장 체제로 완전히 전환했습니다. 2025년 현재 미국은 자국 내 수요 우선 공급 정책을 유지하면서, 의료·반도체 분야에는 장기 공급 계약을 우선 적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방 및 연구 기관에 대한 헬륨 공급은 일정량을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관리하고 있으며, 수출 물량은 기업 간 계약에 따라 제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카타르는 세계 2위 헬륨 생산국으로, 해상 액화 헬륨 플랜트를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입니다. 카타르 정부는 헬륨을 국가 핵심 수출 자원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최근 헬륨 수출 물량을 국가 주도의 계약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권 국가들과 10년 이상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헬륨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국가의 제재를 받으면서 헬륨 수출에 큰 타격을 입었고, 자체 플랜트 가동률도 불안정한 상황입니다. 그 결과, 러시아산 헬륨은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는 거의 퇴출되었으며, 주로 중국 및 동남아 국가에 국영기업 간 직접 계약 형태로 제한된 수출만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알제리는 아프리카 유일의 헬륨 수출국으로, 최근 플랜트 정비 후 수출을 재개했지만, 생산량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다만 알제리는 자원외교 차원에서 아시아 국가들에 우호적인 수출 조건을 제시하고 있으며, 공급 다변화를 원하는 한국, 일본, 대만 등에서 협력 대상국으로 주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입국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헬륨은 기술 자립이 어려운 자원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수입국들은 헬륨을 ‘전략 수입 품목’으로 지정하고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한국, 일본, 독일, 중국, 대만 등은 헬륨을 다량으로 사용하는 반도체, 의료, 국방 산업이 발달해 있는 국가들로, 안정적인 헬륨 확보가 곧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상황입니다.
한국은 2023년 이후 헬륨 가격이 2배 이상 상승하면서 산업 현장에 혼란이 발생하자, 정부와 민간 기업이 함께 헬륨 장기계약 체결과 저장시설 구축에 나섰습니다. 대표적인 국내 특수가스 기업인 SK머티리얼즈와 효성은 카타르 및 알제리와의 직계약을 확대하고, 러시아와의 거래는 중단한 상태입니다. 또한, 헬륨 회수 및 재활용 설비 도입도 확대 중이며, 정부는 헬륨을 반도체·의료용 가스로 분류해 우선 수입 품목으로 지정하고 항공 운송의 부가세 감면 같은 정책적 지원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헬륨 비축 시스템을 2024년부터 강화하고 있으며, 반도체 클러스터가 밀집된 규슈 지역을 중심으로 지방 정부와 민간기업이 공동 저장소를 구축 중입니다. 일본은 미국, 카타르 양국과 동시에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해 위험 분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헬륨 수입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며, 최근 자국 내 천연가스 매장지 개발을 통해 헬륨 자립률을 높이려는 프로젝트에 착수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헬륨 재활용 장비에 대한 세제 혜택, 헬륨 유통 기업에 대한 국가 보조금, 전략 물자 관리 체계 편입 등 다각적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대만은 TSMC 등 초대형 반도체 기업의 수소·헬륨 수요가 급증하면서, 헬륨을 국가 차원의 긴급 수입 품목으로 분류해 적극적인 해외 소싱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가장 앞서 대응하고 있으며, 바스프(BASF), 지멘스(Siemens) 등 대기업들이 개별적으로 헬륨 확보 계약을 체결하고, EU 차원에서는 전략 자원 공동 비축 시스템을 검토 중입니다.
헬륨 시장의 향후 전망과 대응 전략
2025년을 기준으로 헬륨 시장은 여전히 공급망의 불안정성과 가격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헬륨 가격이 2027년까지 안정세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공급 다변화와 재활용 기술이 시장 안정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기술이 3nm 이하로 진입하고, 초정밀 의료장비와 양자컴퓨팅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헬륨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 인해 각국은 단기 수급 대응을 넘어서 헬륨 관련 기술 내재화와 비축 시스템 구축,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재활용 기반 순환경제 모델 구축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헬륨 리사이클링 기술의 상용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MRI 헬륨 회수 장비, 반도체 공정용 헬륨 회수 및 정제 장비, 정밀 센서를 활용한 누출 방지 시스템 등이 상용화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헬륨 사용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같은 시스템은 초기 투자 비용이 높기 때문에, 정부의 세제 혜택과 기술보조금 지원이 동반되어야 시장 확대가 가능할 것입니다.
결국 헬륨 시장은 '생산국 중심의 독점 공급 구조'에서 '수요국 중심의 자립적 순환 구조'로의 전환이 핵심입니다. 각국은 단기적인 가격 대응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전략 수립과 기술 내재화를 중심으로 한 헬륨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역시 헬륨을 단순한 수입품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산업경쟁력을 동시에 좌우하는 전략 자원으로 인식하고 장기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