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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혼소 기술이란 무엇인가요? – LNG 혼소 발전과의 차이점

 

서론: 수소 시대, 발전소도 바뀌고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 문제로 직결되면서, 전 세계는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목표 아래 에너지 시스템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금까지 화석연료에 의존해온 발전소들도 변화가 불가피해졌습니다. 석탄과 LNG(액화천연가스)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중 하나로 ‘수소 혼소(Hydrogen Co-firing)’가 빠르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기존의 가스터빈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연료(LNG 또는 석탄 등)에 수소를 일정 비율로 혼합하여 연소시키는 방식입니다. 즉, 기존의 발전 인프라를 완전히 폐기하지 않고도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전환 기술로, 특히 단계적 탄소중립 달성 전략에 매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화파워시스템 등 주요 에너지 기업들이 2025년 현재 수소 혼소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며, 정부 역시 관련 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는 아직 수소 혼소라는 개념이 생소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수소 혼소 기술의 개념, 기존 LNG 발전과의 차이점, 그리고 수소 혼소가 주는 환경적·기술적 가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수소 혼소 기술의 개념

수소 혼소 기술이란? – 개념과 구조 이해

수소 혼소는 말 그대로 기존 연료에 수소를 섞어 함께 태우는 발전 기술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완전한 수소 발전’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수소만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발전소 전체를 새로 설계해야 하거나, 고온 고압 환경에 견디는 특수 소재의 터빈이 필요합니다. 이에 비해 수소 혼소는 기존의 LNG 발전소나 석탄 발전소에 소규모 개조만으로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훨씬 실용적이며 경제적인 기술입니다.

수소 혼소 기술은 주로 가스터빈 발전소에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LNG를 주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소에서는 터빈에 공급되는 연료 중 일정 비율을 수소로 대체합니다. 초기 단계에서는 10% 이하의 혼소율로 시작하고, 기술이 안정화되면 20%, 30% 이상까지 혼합 비율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현재 GE, 미쓰비시파워 등 글로벌 발전기술 기업들이 100% 수소 연소가 가능한 터빈 개발도 진행하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과도기 기술로서 혼소 방식이 각광받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수소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하지 않고, 순수하게 물(H₂O)만을 부산물로 생성합니다. 따라서 수소 혼소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발전소의 탄소 배출량은 그만큼 감소하게 됩니다. 특히 석탄 발전소에 수소를 혼합 연소하는 경우에는 환경 오염을 크게 줄이면서도 기존 설비를 일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탄소 감축 효과와 경제성 모두를 확보할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기술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LNG 발전과 수소 혼소 발전의 차이점은?

LNG 발전과 수소 혼소 발전은 모두 가스터빈을 이용한 방식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사용되는 연료의 구성과 연소 특성, 탄소 배출량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LNG 발전은 액화천연가스를 고온에서 연소시켜 고압의 가스를 발생시키고, 이를 통해 터빈을 회전시켜 전기를 생산합니다. 이 방식은 효율이 높고 운전이 안정적이며, 석탄 발전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전히 이산화탄소를 상당량 배출하는 구조입니다.

반면 수소 혼소 발전은 LNG 또는 석탄과 같은 기존 연료에 수소를 일정 비율로 혼합하여 연소시킵니다. 수소는 LNG보다 연소 온도가 높고, 폭발 한계 범위가 넓기 때문에 터빈 설계나 제어 시스템에서 일정 수준의 기술 보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혼소 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여가면 탄소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으며, 특히 LNG 100% 연소 대비 30% 이상 수소를 혼합할 경우, 탄소 배출량이 최대 40%까지 감소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한 수소 혼소 발전은 국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유의미한 기술입니다. LNG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의 가격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반면 수소는 국내에서도 재생에너지 기반 전기분해를 통해 생산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며, 장기적으로 국산 수소를 혼합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면 에너지 자립도 역시 높아질 수 있습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수소 혼소는 LNG 발전과는 다른 고려사항을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수소는 가벼워서 누출 위험이 높고, 공기 중에서 폭발 범위가 넓기 때문에 안전 설계와 실시간 제어 시스템의 고도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러한 기술적 도전은 분명 존재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요소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내 기술 경쟁력 확보라는 부가적인 이익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수소 혼소 기술의 장점과 한계 – 실용성과 과도기적 역할

수소 혼소 기술은 다양한 측면에서 실용적인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선 기존 발전소 인프라를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기 투자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새로운 발전소를 설계하고 짓는 데에는 수천억 원의 비용과 수년의 시간이 걸리지만, 혼소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설비 개조를 통해 적용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또한 혼소 기술은 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명확하게 검증된 기술입니다. 특히 탄소 배출권 거래제(ETS)가 강화되고, 기업들의 RE100 참여가 늘어나는 현 시점에서는 발전소 입장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압박이 커지고 있습니다. 혼소 기술은 이러한 규제에 대응하면서도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소 혼소 기술이 만능은 아닙니다. 현재 수소 가격이 아직 높고, 그린 수소의 안정적인 공급망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대규모로 혼소를 적용하기에는 여전히 비용 부담이 큽니다. 또한 혼소 비율이 30%를 넘어가면 터빈 내의 연소 안정성 문제, NOx(질소산화물) 증가 가능성 등 기술적 한계도 존재합니다. 즉, 혼소는 완성된 기술이 아닌, ‘과도기적 기술’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소 혼소는 ‘지금 가능한 최선의 현실적 해법’입니다

수소 혼소 기술은 궁극적인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전환 전략으로서, 지금 당장 실행 가능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대안입니다. 수소 100% 발전이 상용화되기 전까지, 기존 발전소를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현실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수소 혼소는 가장 적절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LNG 발전 대비 수소 혼소 발전은 환경적인 측면에서 더 진보된 기술이며, 경제성과 탄소 감축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10년간 전 세계 전력시장에서 핵심 기술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경제적 과제가 존재하지만,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국내 에너지 산업의 경쟁력도 함께 강화될 것입니다.

앞으로 수소 혼소 기술은 단순한 ‘친환경 기술’ 그 이상으로, 국가 에너지 전략의 핵심,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브릿지, 그리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까지 확장될 것입니다. 수소 경제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수소 혼소 기술을 통해 미래 에너지 시스템의 윤곽을 조금씩 그려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