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수소 산업, 이제는 스타트업이 이끈다
수소 경제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주로 대기업 중심의 인프라와 기술 투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산업의 혁신은 언제나 기민하고 유연한 스타트업들에서 시작되며, 수소 산업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대형 기업이 인프라와 자본을 제공한다면, 스타트업은 기술적 전환과 문제 해결, 틈새 시장 공략을 통해 산업의 퍼즐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수소 관련 스타트업들의 활약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실증사업에서 이미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수소 저장 기술, 연료전지 고도화, 모빌리티 전환, 수전해 장비 국산화 등은 기존 대기업조차 빠르게 흡수하지 못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이 이 공백을 메우는 핵심 주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2025년 현재 기준으로 산업계와 투자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수소 스타트업 5곳을 소개드리며, 이들이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왜 주목받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겠습니다. 해당 정보는 기업 공개 자료가 아닌 업계 트렌드와 실증 실적 중심으로 정리되었기에, 보다 현실적이고 독창적인 관점을 제공해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하이드로빈(Hydrovin) – 고체수소 저장 기술의 선두주자
첫 번째로 소개할 기업은 하이드로빈(Hydrovin)이라는 국내 스타트업입니다. 이 기업은 수소 저장 분야에서 고체수소 저장 기술을 활용한 ‘메탈 하이드라이드 기반 저장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일부 특수 목적 차량과 드론에 장착 가능한 소형 저장 모듈을 양산 중입니다. 기존의 고압 탱크 방식보다 안전하고, 에너지 밀도 또한 높은 것이 이 기술의 강점입니다.
하이드로빈은 초기 KAIST 연구팀에서 분사되어 창업한 기술집약형 기업으로, 2024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우수기업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일본의 수소 연구소와 공동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해외 진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으며, 최근에는 산업부 주관 실증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수소 산업의 병목 지점으로 ‘안전한 저장과 운송’을 꼽고 있는데, 하이드로빈은 이 문제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합니다. 이처럼 기존 고압가스 방식이 아닌 저압·고체 저장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어, 향후 하이드로빈의 기술이 군수·의료·물류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에너비(Enerbee) – 저비용 수전해 장비의 국산화를 노리다
두 번째 기업은 에너비(Enerbee)입니다. 이 회사는 중소형 규모에서 활용 가능한 알칼라인 수전해 장비의 국산화 개발에 성공하면서 산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린수소는 결국 재생에너지 기반 전기로 물을 분해해서 얻는 방식이기 때문에, 수전해 장비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곧 수소 생산 단가를 좌우합니다.
기존에는 PEM 수전해가 기술적으로 앞섰지만, 단가가 너무 높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에너비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모듈형 알칼라인 수전해 시스템’을 개발하였으며, 이 시스템은 유지비용이 낮고, 장시간 연속 운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소형 수소 생산기지나 수소충전소에 적합하도록 설계되어 국내 실증단지 2곳에 실제로 설치된 상태입니다.
에너비는 설립 3년 만에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프로그램에 선정되었고, 현재는 글로벌 재생에너지 업체들과의 협력도 논의 중입니다. 향후 5년 내에 장비 가격을 기존 대비 30% 이상 낮추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수소 경제의 가격 장벽을 허물 수 있는 핵심 카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이모빌(HiMobil) – 수소 소형 모빌리티에 집중하다
세 번째로 주목할 스타트업은 하이모빌(HiMobil)입니다. 이 기업은 기존 수소차가 대형 상용차 위주로 개발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여, 소형 수소 모빌리티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제품은 수소 연료전지 기반의 퍼스널 모빌리티(전동 휠체어, 배달용 바이크)로, 서울시와 공동 실증 사업을 진행하며 기술력을 검증받고 있습니다.
하이모빌의 강점은 초경량 연료전지 모듈과 일체형 설계 기술입니다. 배터리 기반의 전기 휠체어나 바이크는 충전 시간이 길고, 겨울철 성능 저하 문제가 있었지만, 하이모빌의 제품은 수소 카트리지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단시간에 재운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제품보다 효율적입니다.
또한 이들은 배달 산업, 노인복지시설, 관광지 이동수단 등에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시장을 세분화하고 있으며, 지역 정부와의 협력 사업으로 판로를 넓히고 있는 중입니다. 수소차가 승용차 중심에서 점차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하이모빌은 민감한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형적인 스타트업 성공 모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론: 기술력+속도, 수소 산업의 새로운 주인공들
지금까지 소개한 하이드로빈, 에너비, 하이모빌 외에도 주목할 스타트업은 더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블루알파(BlueAlpha)는 수소 센서 기술을 고도화하여 수소 누출 탐지 장비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엘리온에너지(Elion Energy)는 수소 연료전지를 이용한 백업전원 시스템을 개발하여 통신 기지국, 재난 대응 분야로 확장 중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기술적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나가는 스타트업들이 수소 산업 내에서 실제로 ‘실행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기존 수소 산업은 대규모 투자와 고정된 기술 구조 위주로 움직였기 때문에, 속도와 유연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이 틈새를 정확히 파고들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며, 심지어 정책 방향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단순한 기술 벤처를 넘어서 수소 생태계 전체의 밸류체인에 파고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장·생산·이동·활용 전 과정에 걸쳐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대기업 중심의 생태계에서 부족했던 조각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수소 경제는 더 이상 대기업만의 무대가 아닙니다. 빠르게 움직이고, 정밀하게 파고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수소 스타트업들이 한국 수소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결정적 존재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