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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국가별 수소 인프라 비교: 한국·일본·독일의 전략 분석

 

서론: 수소 인프라는 에너지 주권의 핵심입니다

수소는 이제 단순한 친환경 에너지원이 아닌, 국가 전략 산업으로서 각국의 미래 에너지 패권을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수소 경제는 탄소중립을 위한 주요 수단이자, 산업 구조의 전환점으로 여겨지며 세계 각국이 앞다퉈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중에서도 한국, 일본, 독일은 수소 인프라 구축에 있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세 나라 모두 수소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지만, 접근 방식과 정책, 그리고 민간 기업의 역할은 매우 다르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각국의 수소 전략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비교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수소 인프라란 결국 생산, 저장, 운송, 활용까지의 전 과정을 포함하며, 어느 한 단계라도 취약할 경우 전체 수소 경제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문에서는 한국, 일본, 독일이 각각 어떻게 수소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기술적·정책적 특징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이러한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의 방향성과 보완점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국가별 수소 인프라 비교

한국 – 민관 협력과 빠른 충전 인프라 확대

한국은 수소 경제 로드맵을 비교적 빠르게 수립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2019년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수소차, 수소충전소, 연료전지 등 3대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이후 정부는 전국적으로 수소충전소 확충을 추진했으며, 2025년까지 수소충전소 310기 이상 구축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한국의 가장 큰 강점은 민관 협력 모델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수소차 개발을 넘어 수소 공급망 전반에 참여하고 있으며, 두산퓨얼셀, 효성중공업 등은 연료전지 발전 및 수소액화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수소복합단지 구축 사업은 한국이 단기간에 인프라를 확대할 수 있었던 핵심 배경 중 하나입니다. 울산, 창원, 전주 등에서는 지역 특성에 맞는 수소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은 아직 수소 생산 부문에서 국내 자급률이 낮고, 대부분의 수소가 부생수소(석유화학 공정 부산물)에 의존하고 있다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2030년까지 그린수소 100% 전환 계획을 수립했으며, 해외에서 청정수소를 수입하는 수소항만 프로젝트도 진행 중입니다. 이처럼 한국은 빠른 실행력과 민관 협업을 바탕으로 충전 인프라에서는 앞서 있지만, 장기적인 수소 자립 구조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일본 – 수소 기술의 선구자, 그러나 실행은 느리다

일본은 수소 기술 개발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선두주자입니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연료전지 기술에 집중 투자해왔으며, 2017년에는 ‘수소 기본 전략(Hydrogen Basic Strategy)’을 발표하면서 수소 사회 실현을 선언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수소를 원자력, 태양광, 풍력 등 다양한 전력원과 연계하여 탄소중립형 에너지 순환 모델을 구축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일본의 수소 인프라 정책은 후쿠시마 수소 에너지 연구단지(FH2R)입니다. 이곳에서는 태양광을 이용한 전기분해 방식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하며, 이를 실제로 수소 충전소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도쿄 올림픽에서는 수소 버스와 수소 발전 시스템을 활용하여 수소 사회의 비전을 국제적으로 보여주려 했습니다. 일본의 강점은 바로 기술력과 장기 비전입니다. 도시가스 회사, 자동차 제조사, 발전사 등 각 산업군이 자율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인프라 확대 속도는 매우 느립니다. 2024년 기준 일본의 수소충전소는 약 160곳으로, 정부 목표치 대비 설치율이 낮은 편입니다. 그 이유는 높은 설치 비용, 충전 인프라 규제, 민간 투자 저조 등입니다. 도요타와 혼다 같은 주요 기업들도 수소차 상용화에는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은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현실적 확장 속도는 한국이나 독일보다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독일 – 수소 경제의 실용주의 모델

독일은 유럽 내 수소 정책의 선도 국가로, ‘국가 수소 전략(Nationale Wasserstoffstrategie)’을 통해 청정에너지 중심의 수소 인프라 구축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특징은 수소를 단순히 수송 연료로 보지 않고, 산업 전반의 탈탄소화 수단으로 본다는 점입니다. 철강, 화학, 시멘트 산업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탄소 배출을 수소를 통해 줄이겠다는 전략입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독일의 청정수소 수입 계획입니다. 독일은 자국 내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그린수소를 충분히 생산하기 위한 조건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노르웨이,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등과 수소 공급 협약을 체결하며 수입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 내 수소 파이프라인 공동망 구축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어, 수소 운송 인프라에서는 매우 앞선 편입니다.

수소충전소와 관련해서도 독일은 민간과 공공이 공동 출자한 ‘H2 Mobility’라는 플랫폼을 통해 운영을 통합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수소 차량 사용자들이 효율적으로 충전소를 검색·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며, 수소 인프라의 이용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독일은 수소 트럭 및 열차의 상용화에도 적극적이며, 육상 운송 분야에서 수소를 디젤의 대안으로 활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용적 접근 방식은 독일이 수소 경제를 정치적 구호가 아닌 산업 전략으로 실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 국가별 전략 비교, 한국이 배워야 할 점은?

세 나라의 수소 인프라 전략은 각기 다르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배울 점과 보완해야 할 요소가 존재합니다. 한국은 빠른 실행력과 충전소 확산 면에서는 우수하지만, 수소의 자급률과 장기적 수입 전략에서는 아직 취약한 구조입니다. 반면 일본은 기술 개발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를 실제 인프라로 연결하는 실행력이 부족하며, 독일은 산업 중심의 실용 전략과 글로벌 연계성에서 앞서고 있습니다.

한국이 앞으로 수소 경제를 주도하고 싶다면 단순한 기술 확보나 충전소 숫자 확대를 넘어서야 합니다. 그린수소 생산 기술 확보, 국제 수소 공급망 확보, 산업용 수소 활용 확대가 필수적입니다. 또한 수소 관련 법제도, 인증 시스템, 국민 인식 개선 등 소프트 인프라도 함께 강화되어야 합니다.

수소 인프라는 단순한 시설 건립이 아니라, 국가의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환경 목표가 모두 연결된 복합적인 전략의 결과물입니다. 한국이 일본의 기술력과 독일의 실행 전략을 균형 있게 참고한다면, 세계 수소 시장에서 충분히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