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수소차는 수소보다 ‘탱크’가 더 중요합니다
수소차를 설명할 때 우리는 종종 연료전지, 수소모터, 배터리 기술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수소차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행되기 위해 가장 먼저 갖춰져야 할 요소는 바로 고압 수소탱크입니다.
수소는 기체 상태에서 부피가 매우 크고, 폭발 가능성이 있는 인화성 물질이기 때문에 단순한 금속 통에 담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특히 수소차에서는 주행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수소를 700기압(bar)이라는 초고압 상태로 압축해 저장해야 하므로, 일반적인 연료탱크와는 전혀 다른 구조와 소재 기술이 필요합니다.
고압 수소탱크는 수소차의 핵심 부품으로, 차량 전체 가격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동시에 차량의 안정성, 경량화, 내구성, 주행거리 등 여러 가지 성능 요소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기술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수소차에 사용되는 고압 수소탱크의 구조, 제작 과정, 사용되는 소재, 안전 기술 등 전반적인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드리며, 수소차 기술의 핵심을 함께 이해해 보겠습니다.
수소차 구매를 고려하시는 분은 물론, 수소 인프라와 미래 에너지에 관심 있는 분들께도 유용한 정보가 될 것입니다.
수소는 왜 고압으로 저장해야 할까요?
수소는 상온·상압에서 기체 상태로 존재하며, 1kg의 수소는 약 11,000리터의 부피를 차지합니다. 이 말은 즉, 아무런 처리를 하지 않으면 차량에 실을 수 있는 수소량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수소차에서는 이 기체를 700기압(승용차 기준), 350기압(상용차 기준) 정도의 고압으로 압축해 부피를 줄이고, 충분한 주행거리를 확보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높은 압력으로 저장하려면, 탱크 자체가 가볍고, 튼튼하며, 수소가 새지 않도록 완벽히 밀폐된 구조를 가져야만 합니다.
단순히 강철로 만든 압력용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 수소차 탱크는 다양한 소재가 복합적으로 사용된 복합재 고압 용기(Composite Pressure Vessel)로 제작됩니다.
현대차 ‘넥쏘(NEXO)’ 기준으로, 한 차량에는 총 3개의 수소탱크가 장착되며, 총 저장 용량은 약 6.3kg, 최대 압력은 700bar입니다.
이는 일반 LPG가 10~15bar 수준임을 고려하면, 무려 50배 이상 높은 압력을 견디는 구조물이라는 의미입니다.
단순히 압력만 버틴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주행과 충전, 외부 충격, 온도 변화, 그리고 시간에 따른 피로까지도 견딜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소재 선택과 구조 설계가 매우 정교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수소탱크의 구조와 소재: 4겹으로 이루어진 복합기술의 결정체
고압 수소탱크는 일반적으로 4겹 구조로 구성됩니다.
각 층은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 라이너(Liner):
가장 내부에 위치하며, 수소 기체가 직접 접촉하는 층입니다. 수소의 투과성과 부식을 막기 위해 고분자 재질(HDPE: 고밀도 폴리에틸렌) 또는 알루미늄이 사용됩니다.
라이너는 수소의 분자가 탱크 외부로 스며드는 현상(Permeation)을 막아주는 핵심 부위입니다. - 복합재 레이어(Composite Layer):
가장 두껍고 튼튼한 층으로, 탄소섬유(Carbon Fiber)와 에폭시 수지(Epoxy Resin)를 고압으로 감아 만든 층입니다.
이 층은 전체 압력을 견디는 주 역할을 하며, 경량성과 강도라는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합니다.
탄소섬유는 같은 무게 기준으로 강철보다 10배 이상 강하면서도 훨씬 가볍기 때문에, 고압 탱크에 최적화된 소재입니다. - 보호층(Protective Layer):
외부 충격, 자외선, 습기, 염분 등으로부터 복합재를 보호하기 위한 외장 코팅층입니다. 차량 충돌이나 낙하 등의 외부 환경에서도 파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 센서 및 밸브 시스템:
수소탱크에는 압력센서, 온도센서, 릴리프 밸브, 체크 밸브 등 다양한 안전장치가 함께 내장되어 있습니다.
압력이 일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자동으로 가스를 배출하여 폭발을 방지하고, 누출 발생 시 즉시 차단되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복합 구조 덕분에 수소탱크는 초고압 상태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15년 이상의 수명과 10,000회 이상의 충전 사이클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다만, 탄소섬유와 에폭시 수지는 매우 고가의 소재이기 때문에, 수소차의 원가 상승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수소탱크 제조 공정: 탄소섬유 감김부터 완성까지
수소탱크는 단순히 금속 용기를 성형하는 방식이 아니라, 매우 정교한 복합재 제조 과정을 거쳐 생산됩니다.
가장 핵심이 되는 공정은 바로 ‘필라멘트 와인딩(Filament Winding)’이라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말 그대로 고강도 탄소섬유를 정해진 각도와 텐션으로 회전시켜 원통형 용기에 감아 올리는 방식입니다.
- 먼저 내부 라이너를 사출성형하거나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후,
- 탄소섬유를 수지(에폭시)에 적신 후 고속 회전 기계에 장착된 상태에서 정해진 패턴으로 일정하게 감기도록 세팅합니다.
- 이후 고온에서 열경화(Heat Cure) 과정을 통해 전체를 단단하게 굳히고,
- 고압 테스트, 기밀성 테스트, 충격 테스트 등 다양한 안전성 검사를 통과해야 비로소 차량에 탑재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제조 방식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며, 국내에서는 일진복합소재, 효성첨단소재, S&T모티브 등이 수소탱크 제조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미국의 Hexagon, 독일의 Hexcel, 일본의 토레이 등이 글로벌 강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고압 수소탱크 시장은 급성장 중입니다.
결론: 수소탱크는 수소차의 심장이자 방패입니다
수소차의 핵심은 연료전지가 아니라 고압 수소탱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탱크는 단순히 연료를 담는 통이 아니라, 폭발 위험성을 억제하고, 고압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반복 충전을 견디는 고급 기술 집약체입니다.
특히 초고압을 견디면서도 차량 무게를 줄이기 위해, 항공우주 수준의 소재와 공정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수소차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수소탱크의 기술이 더 가볍고, 더 저렴하면서도 더 안전하게 발전해야 합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는 수소 저장 탱크의 대량 생산 기술, 재활용 기술, 내구성 강화 기술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한국은 그 기술력과 생산량 면에서 글로벌 선두 그룹에 속해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수소차를 보게 되거나 구매를 고려하고 계시다면,
‘수소차는 안전한가요?’라는 질문보다,
‘이 차의 수소탱크는 어떤 기술로 만들어졌을까?’를 먼저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수소차를 제대로 이해하고, 진짜로 신뢰할 수 있는 기술을 보는 눈을 키우는 시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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