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륨은 어디에 쓰이는 자원인가요?
헬륨(He)은 우리가 일상에서 풍선이나 광고용 비행선에 사용되는 가벼운 기체로 많이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산업계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 자원입니다. 특히 반도체, 의료, 우주항공, 초전도 장비, 광섬유, 핵융합, 정밀 용접 등 고정밀·고기술 분야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특수가스로 분류됩니다. 헬륨은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며, 극저온에서도 액화가 가능하고,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극한 환경에서의 냉각재로 자주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MRI(자기공명영상) 장비의 초전도 자석을 냉각하기 위해 사용되는 액체 헬륨은, 다른 어떤 냉매보다 안정적으로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주기 때문에 의료 시스템의 핵심 부품으로 꼽힙니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헬륨이 불활성 분위기에서의 반응 안정화, 플라즈마 가공의 공정 균일성 유지, 레이저 장비의 냉각, 웨이퍼 세정 시의 고속 건조 공정 등에서 활용되며, 이는 고성능 고밀도 칩을 제작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이처럼 헬륨은 단순한 가스가 아닌 **산업 구조를 지탱하는 ‘기술형 가스’**로 자리잡고 있으며,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원입니다.
왜 헬륨은 공급이 어려운가요?
헬륨은 지구상에서 매우 희귀한 자원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헬륨이 지구 대기 중에 존재하는 비율이 극히 적고, 우주로 쉽게 날아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헬륨은 지하 천연가스 매장지에서 극소량 동반되어 채굴되는 방식으로 확보됩니다. 즉, 헬륨은 독립적인 자원으로 개발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천연가스를 채굴할 때 부산물로 추출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생산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헬륨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는 미국, 카타르, 알제리, 러시아 등 일부 국가에 한정되어 있으며, 전 세계 헬륨 생산량의 대부분은 이들 몇 나라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과거에는 미국이 전 세계 헬륨의 40% 이상을 생산하며 헬륨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왔지만, 최근 미국 정부가 국가 전략비축 헬륨(HNAS, Helium National Asset Sale)을 단계적으로 종료하고 매각하면서 공급에 변동성이 생겼습니다. 특히 2021년~2024년 사이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내 생산시설 가동 중단, 미국 내 일부 정제 시설의 사고 등으로 인해 공급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 결과 헬륨은 일시적인 품귀 현상을 넘어 ‘구조적 공급 불안정성’을 가진 자원으로 평가받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을 분산하고, 재활용 시스템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헬륨은 수소처럼 대체재가 거의 없고, 생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수요 대비 공급이 빠르게 확장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헬륨 가격은 왜 계속 오르고 있을까요?
헬륨의 가격 상승은 단순한 일시적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공급망과 기술 수요 양측에서 동시에 압력이 가해진 결과입니다. 첫 번째 요인은 앞서 설명한 공급국 편중 및 생산지 리스크입니다. 헬륨 생산국이 제한된 상황에서, 생산 설비의 유지보수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면 바로 전 세계 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특히 카타르와 러시아는 헬륨을 액화시켜 해상 운송하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분쟁이나 제재 등 외부 요인에 매우 취약한 구조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요인은 반도체, 의료, 항공우주 분야의 수요 폭증입니다. 2020년대 들어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공정 안정성과 균일성을 위한 고순도 헬륨 수요 또한 함께 증가했습니다. 특히 5nm 이하의 첨단 공정에서는 플라즈마 균일도를 유지하거나 고속 건조, 극저온 열처리 등에서 헬륨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에, 반도체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헬륨 사용량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MRI 장비의 수요 증가, 항공우주 개발 가속화, 레이저 응용 기술 확대까지 더해지면서 헬륨 수요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헬륨 재활용 시스템의 보급률이 낮다는 점입니다. 헬륨은 이론적으로는 회수와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고순도를 유지하며 회수하는 데는 고도의 기술과 설비가 필요합니다. 특히 중소 병원이나 중소 반도체 공정라인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은 한 번 사용한 헬륨을 대기 중으로 방출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전체적인 수급 균형이 악화되고, 결과적으로 시장 가격은 계속 상승하게 됩니다. 최근 5년간 헬륨 가격은 지역에 따라 최소 1.5배에서 최대 3배까지 상승했으며, 일부 국가는 수출 규제까지 도입하여 자국 수요 우선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의 헬륨 시장,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요?
헬륨 시장은 향후에도 지속적인 수급 불균형과 가격 불안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헬륨 가격이 완전히 안정되려면 최소 5~10년의 장기적인 투자와 공급 다변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헬륨을 전략 물자 수준으로 취급하고 있으며, 장기 공급 계약 및 비축 계획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SK머티리얼즈를 비롯한 특수가스 기업들이 헬륨 장기 공급권을 확보하거나 헬륨 재활용 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을 확대하고 있으며, 반도체 장비 업체들 역시 헬륨 사용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정밀 제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한편, 미래에는 헬륨 생산 방식 자체의 변화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헬륨이 풍부한 지역의 새로운 천연가스 매장지 발굴, 또는 헬륨 농축 설비의 소형화 및 모듈화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연구진은 헬륨을 대체할 수 있는 불활성 기체 개발 연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헬륨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가스는 없기 때문에, 효율적인 사용과 회수, 그리고 다각화된 공급 체계 구축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헬륨은 공급 자체보다도 공급 불안정성과 시장 구조의 제약이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요 원인입니다. 산업 전반에서 헬륨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가격 변동을 넘어서 헬륨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반도체, 의료, 항공, 국방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는 헬륨이 없는 상황을 대비한 사전 시뮬레이션 및 대체 공정 확보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